보드게임 리뷰 05 – <쥬만지>

본 글은 코리아보드게임즈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제공받는 게임의 리뷰입니다. 코리아보드게임즈 서포터즈는 매 달 보드게임을 제공받고 이와 관련된 미션을 수행하는 활동을 하는 것으로, 2019년 3월부터 1기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서론

혹시 “털복동”이라는 말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이는 최근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 중 <소닉 더 헤지혹(2020)>에 붙은 별명이다. 이 별명은 “엄복동”이라는 단어에 소닉이 털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는 접두어가 붙어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엄복동은 <자전차왕 엄복동(2017)>으로, 기대와 다르게 너무나도 저조한 성적으로 세간의 비웃음거리가 된 영화의 제목으로, 해당 영화를 관람한 사람의 숫자인 약 17만명은 하나의 단위인 UBD가 되어서 여러 용례(300 UBD = 대한민국 국민 수, 60 UBD = 천만 관객 등)에 쓰이고 있다.

<소닉 더 헤지혹>에서의 소닉의 모습… 출처: 공식 예고편

이 외에도 <얼론 인 더 다크(2005)>, <철권(2010)>, <어쌔신 크리드(2016)>들은 모두 게임을 살려내지 못 하면서 영화 그 자체의 재미도 없기 때문에 처참한 실패를 거두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일들은 영화 원작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키웠다. 물론 최근에 들어서 개봉한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2016)>, <명탐정 피카츄(2019)>의 예시를 보면, 과거의 실패를 딛고 게임 팬들의 재미와 영화 자체의 재미를 어떻게든 지켜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영화 <쥬만지>를 바탕으로 제작한 보드게임 <쥬만지>는 처참하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게임 내에서 찾을 수 있는 주요 요소라고는 게임판이 유일하고, 게임에서 전혀 긴장감을 느낄 수가 없다. 협력도, 방해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서 게임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그냥 하릴 없이 주사위를 굴리는 게임이다.

게임 구성과 플레이 방법

게임 구성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게임 패키지를 열면, 수동으로 스티커를 붙여서 만들어야 하는 모험 주사위 4매, D8 1매, 코뿔소 피규어 하나, 모래시계 하나, 게임 보드 판과 얇은 플라스틱으로 된 암호 해독기, 모험 카드가 30장 있다.

<쥬만지> 패키지 사진

게임을 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각 사람마다 주사위를 굴려서 해당 개수 만큼 이동한다. 그런 다음, 일반 칸에 멈추면 카드를 뽑고 암호 해독기에 넣고, 그곳에 적힌 메세지를 읽는다.

각 메세지에는 아이템이 하나씩 그려져 있고, 그 아이템을 얻어야 해당 턴을 무사히 넘길 수 있다. 아이템을 얻는 방법은 모래시계를 뒤집는 것과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주사위를 굴려서 얻을 수 있다. 만일 시계바늘이 다 달기 전에 해당 아이템을 찾으면 괜찮지만, 만약 찾지 못한다면 파멸 칸에 해당 카드를 둔다. 이 파멸 카드가 10장이 다 차게 되면, 모두의 패배로 게임은 종료한다.

만약, 코뿔소 칸에 멈췄을 경우, 코뿔소 피규어를 해당 사람 앞 칸에 둔다. 이 사람은 앞으로 짝수가 있어야 코뿔소를 넘어갈 수 있다. 저주 칸에 멈췄을 경우, 이 사람은 5나 8을 굴릴 때까지 한 칸씩 뒤로 가면서 주사위를 굴린다. 정글 칸에 멈췄을 경우, 카드를 뽑아 위의 아이템 찾기를 하되, 대신 모든 사람이 해당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실패할 경우, 성공할 때까지 다시 한다.

적당히 <쥬만지>를 하고 있는 이미지

<쥬만지>가 재미있기 어려운 이유

앞서 말했듯, 이 게임은 “재미있는 게임”이 되기에는 상당한 문제점들이 있다. 여기서는 그 점을 하나하나 짚어보려고 한다.

조악한 구성품들

무엇보다 먼저 패키지를 열었을 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 게임은 정가 36,000원짜리 게임이다. 설명서가 흑백으로만 되어 있는 것은 넘어간다고 치더라도, 모험 주사위는 양각이나 음각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스티커를 직접 붙여서 만들어야 한다. 영화 IP를 사용해서 만들었다면 주사위가 조금 더 그럴싸하게 생겼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게임 요소로서의 이 모험 주사위에 대한 내용은 조금 뒤로 미뤄 두고). 암호 해독기 또한 너무 얇은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 쉽게 망가질 거 같았다. 그리고 가격이 조금 더 올라가더라도 게임 판의 디자인이나 게임 패키지 자체의 구성도 영화 원작의 쥬만지 상자처럼 그럴싸하게 디자인하면 더 느낌이 잘 나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에서의 쥬만지 박스, 출처: <쥬만지: 새로운 세계>

주사위

이 게임은 스티커를 붙인 주사위가 게임의 대부분의 요소를 차지하고 있다. 게임을 하는 동안, 플레이어들이 그 8면체 주사위를 굴리고 굴리면서 원하는 면이 나오기를 기도한다. 게임을 통해서 단순히 운만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간단한 전략적인 선택을 원한다면, 이 게임에서는 그것을 찾기 힘들다. 현재로서는 그냥 단순히 운을 시험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개선한다면, 만약 아이템을 매 카드마다 얻을 수 있고, 그것을 주사위를 사용해서 결정한 뒤, 모험 카드를 더욱 다양화시켜서 카드를 열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는 방향이 된다면 더욱 의미 있는 게임 플레이를 제공하지 않을까 싶다.

모험 주사위. 많이 아쉽다.

암호해독기의 존재 이유

앞서 말한 암호해독기에 대해서 조금 더 첨언을 붙이자면, 암호해독기는 애석하게도 적청색맹…이 존재한다면 그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의미 있는 장치가 아니다. 굳이 이 이야기를 한 번 더 하는 이유는 이 게임을 하면서 가장 불편했던 요소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암호 해독기라는 의미가 무색하게 조금만 집중해서 보면 어떤 글자인지 쉽게 알 수 있으며, 여기에 특히 아이템 그림이 그려져 있는 만큼 어떤 아이템이 필요한지는 대충 봐서 금방 알 수 있다. 만약 필요한 아이템을 말로 설명을 하거나, 아이템을 알아보기 힘들게 했다면 더욱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 이전에 해독이 필요 없는 모험 카드들의 존재와 암호해독기는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싶다.

암호 해독기. 잘 망가지게 생겼다.

결론

조금 더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게임은 1997년판 게임의 리메이크판인 것 같다. 아마 영화 <쥬만지(2017)>의 개봉에 맞춰서 재출시를 한 것 같다. 그러나, 이 게임은 2019년에 즐기기에는 빈약한 게임이다. 게임의 주 요소가 대부분 스티커를 붙인 주사위에 과하게 의존하고 있으며, 파티 게임이 되기에는 너무나도 전략적 요소가 부족하다. 만약 컴포넌트의 구성이 좋다면 이 게임은 그래도 재미있게 인정할 수 있었겠지만, 이마저도 부족하다. 현재 동아리 내에서 (장난이지만) 이 게임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단순히 혼자만의 의견이 아니라, 이 게임은 최소한 20대의 학생이 즐기기에는 재미있지 않다.

쥬만지 게임 구성품의 새로운 역할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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